이 글은 개인적 경험과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이어트를 완전히 망친 경험이 있습니다. 음식을 극단적으로 굶고 운동량만 무식하게 늘렸더니, 몸이 생존 위협을 느끼고는 식욕 호르몬이 폭발해 결국 폭식이 왔습니다. 반면 탄수화물을 넉넉하게 넣어주며 몸을 달랜 파트너는 지치지 않고 목표 체지방률을 달성했습니다.
5·12 부동산 대책 발표를 보는 순간, 저는 이 기억이 정확히 겹쳐 떠올랐습니다.
갭투자 허용이냐, 매물 확보냐
5월 12일, 정부가 예고 없이 기습 발표한 이번 대책의 핵심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내 실거주 의무 유예입니다.
토허제란 특정 지역에서 부동산을 매수할 때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후 4개월 이내에 실제로 입주해야 하는 규제입니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은 사자마자 입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거래 자체가 막혀 있었습니다.
이번 대책은 그 실거주 의무를 올해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한다는 내용입니다. 발표 직후 반응은 한 방향이었습니다. "갭투자 허용 아닌가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읽혔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속내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출처: 아파트실거래가 등 부동산 포털 매물 수 필자 직접 모니터링 기준.
약 두 달 사이에 매물이 20% 가까이 사라진 겁니다. 매물 잠김 현상, 즉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상태가 급격히 심화됐습니다.
그 배경에는 5월 9일 자로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사건이 있습니다.
| 구분 | 추가 세율 | 양도 차익 3억 기준 추가 세금 |
|---|---|---|
| 2주택자 | +20%p | 약 6,000만원 |
| 3주택자 이상 | +30%p | 약 1억원 |
출처: 소득세법 제104조 양도세 중과세율 기준.
이 정도 세 부담이면 누가 집을 내놓겠습니까. 매물이 잠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정부 입장에서는 유통 물량이 이대로 더 줄어들면 시장 불안도가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이번 대책의 목적은 갭투자 허용보다 거래 절벽 해소에 가깝습니다. 매물 잠김 상태가 지속되면 거래가 안 되고, 거래가 안 되면 시장 불안이 커집니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한 건 갭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입자 있는 물건이라도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고 봐야 합니다.
실수요자에게 열린 틈 — 임대사업자 말소 물량

그렇다면 이번 대책이 실제로 매물을 늘릴 수 있을까요. 저는 전체적으로 회의적입니다. 임대인 유형별로 따져보면 답이 나옵니다.
| 유형 | 판단 | 이유 |
|---|---|---|
| 1주택자 | 매도 가능성 낮음 | 팔 여건이 되면 이미 팔았을 확률 높음 |
| 2주택자 | 매도 가능성 낮음 | 양도세 중과 20%p 감수하며 팔 유인 없음 |
| 3주택자 이상 | 매도 가능성 더 낮음 | 30%p 중과로 세금 부담이 너무 큼 |
숫자를 보면 매물이 쏟아질 거라고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실질적인 틈이 있습니다. 바로 임대등록 자동 말소 물량입니다.
임대사업자란 정부에 임대 사업을 등록하고 일정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는 사람입니다. 의무는 두 가지입니다. 8년 이상 매도 금지, 그리고 임대료 증액 5% 상한 준수. 이 조건을 8년간 지킨 임대사업자는 의무 임대 기간 만료 후 자동 말소가 되며, 이때 집을 팔아도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임대등록 말소 예정 가구 수가 약 4만 호에 달합니다. 기존에는 토허제 때문에 세입자 있는 집 상태로는 팔지 못했던 이 물량이, 이번 대책으로 올해 말까지 거래 가능한 상태가 됐습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가서 "매물 있나요?"라고만 물으면 허탕 치기 십상입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의무 임대 기간 만기로 자동 말소된 임대사업자 물량 중 매도 의사 있는 건 없나요?"
이렇게 접근하면 일반 매물 검색에서는 보이지 않는 물건을 건질 수 있습니다.
부산은 다른 이야기 — 그러나 나비효과는 온다
저는 부산에서 매물을 보고 있는 입장이라 이번 대책이 부산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따로 짚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직접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간접 충격은 분명히 옵니다.
팩트 먼저
5·12 대책의 전제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및 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정비사업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부산은 주거지역 아파트 거래를 원천 봉쇄하는 형태의 토허제가 사실상 없습니다. 대책의 전제 자체가 부산에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공식 홈페이지 (molit.go.kr) 토지거래허가구역 현황.
그러나 자금 흐름이 바뀐다
규제 변화는 자금 흐름의 방향을 바꿉니다. 서울 강남·송파의 세입자 있는 집을 사고 싶어도 토허제 전입 의무 때문에 돈이 묶여 있던 자산가들이 있었습니다. 이 규제가 연말까지 풀리면, 부산 해운대구나 수영구의 입지는 좋지만 연식이 애매한 아파트를 매도하고 서울 상급지 갭투자로 갈아타려는 역유입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산 상급지(해운대·수영구 등) 다주택자 물량이 하반기에 급매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부산 상급지를 매수하려는 분은 이 하방 리스크를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산에도 기회가 있다
부산에도 2018년 전후 등록된 단기(4년)·장기(8년) 임대사업자 물량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토허제 때문에 묶여 있던 임사자 물량이 이번에 탈출구를 찾은 것이라면, 부산은 원래도 팔 수 있었습니다. 다만 5월 9일 이후 양도세 중과 환경 속에서 임대사업자 말소 물량은 다주택자가 중과 배제 혜택을 유지하면서 합법적으로 절세하며 팔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매도 창구입니다.
지금 부산에서 실수요자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은 이 임대사업자 말소 물량을 노리는 것입니다. 하반기 서울 갈아타기 수요로 인한 급매 출하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연말이 부산 실수요자에게 오히려 진입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 정책을 보는 하나의 기준
보디빌딩 파트너가 몸을 굶기지 않고 달래가며 감량에 성공했듯, 부동산 시장도 거래를 틔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안정됩니다.
- 1
이번 대책은 갭투자 허용이 아니라 매물 잠김 해소가 목적입니다.
두 달 만에 20% 줄어든 서울 매물을 되살리기 위한 응급 처방에 가깝습니다. 시장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처럼 해석하면 오판입니다. - 2
실수요자라면 일반 매물보다 임대사업자 말소 물량을 먼저 확인하십시오.
2026~2028년 서울 4만 호, 부산 역시 말소 도래 물량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 물량은 매도자가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구간에 있어 협상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 3
앞으로 나올 정책을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하는 방향인가, 아닌가. 그것만 보시면 됩니다. 매물이 나오지 않는 방향의 정책이라면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